1.
모두가 7층의 그림 속 인물을 두고 정신이 나갔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는지가 궁금했던 건 아니었다. 내게 움직이는 계단은 오르기도 벅차지만 내려가기에도 버거웠다. 한 번 쫓기듯이 오르고 나면 한참 내려가지 못했다. 결심을 다잡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어쩌다 7층까지 쫓겨 올라갔느냐고 묻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어차피 물을 사람도, 읽을 사람도 없을 기록이지만―아버지, 용서하소서. 그렇지만 이런 일기를 부모님께 제출하면 안 되는 걸 알고 있습니다. 걱정을 끼치는 건 맏이의 소임이 아니니까요.―혹여라도 누군가가 읽고 있다면 말이다. 대단한 이유도 아니었고, 늘 있는 일이었다. 어디를 가나 애들은 내게 붙은 꼬리표를 잘도 감지해냈다. 보이지도 않는데, 정말 표식이라도 얼굴 어디에 나 있기라도 한 건지.
각설하고, 그림 앞을 몇 번 지나다니며 기웃거린 건 도리어 그림에 아무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난 그런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재주가 없었고, 하물며 그려진 인물의 심리 상태 같은 걸 분석할 만큼의 교양도 없었다. 그저 갈 데가 없었다. 앉을 만한 데는 더군다나 없었고, 계단을 내려갈 용기는 그보다 더 없었다. 무엇보다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움직일 수 있는 건 사지뿐이고 보이는 건 벽면에 걸린 정신 나갔다는 양탄자 그림뿐이니 선택은 하나, 걷는 것이다. 넓은 보폭으로 껑충대면서 그림 앞을 두세 번 왕복했다.
건물이 넓기는 더럽게 넓으면서 이동 중에 앉아서 쉴 만한 의자도 없다니 별로다. 다들 바르나바더러 정신이 나갔다고 하지만 솔직히 여기 있는 그림 중에 정신 잡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그림이 있기는 해? 모든 그림이 움직이는 것부터가 보는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드는데. 온통 엉망이다. 학교 같은 건 안 오는 게 나았어. 이게 뭐야? 다를 게 하나도 없잖아. 위대한 마법 학교라면서 사람 하나 표적 삼아 학교 옥상으로 쫓아내던 머글 학교랑 똑같아. 나 결국 7층까지 올라와서 내려가지도 못하고 발이 묶여버렸잖아.
인간이란 참 지긋지긋한 존재야. 집에 가고 싶어. 런던으로 돌려 보내줘. 거기라고 뭐가 있진 않지만, 적어도 우리 가족의 보호 아래 다리는 쉴 수 있겠지.
걸음을 멈추자 텅 비어 있던 벽면에 커다란 금이 생겼다. 보이지 않는 팔이 조각칼을 들고 새겨나가듯이, 흠집은 아치 모양의 호를 그리고 단단한 석벽을 금속으로 만든 문으로 벼려내었다. 만일 문고리를 문짝의 눈에 비유할 수 있다면 나와 기괴한 문은 눈을 마주쳤다고 표현할 수 있을 터다. 내 키와 비교해 한참 높이 솟아 있던 문고리는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고, 무안하다는 듯이 점차 높이를 낮추었다. 문 전반적인 모양새가 변하고, 아치가 허물어졌다.
문은 마지막으로 내 눈에 익은 팻말을 새침하게 내걸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무렵 어머니께서 어머니의 동그란 글씨체로 도안을 그려 새겨주셨던 내 이름이 적힌 팻말. 두 해 전에 아버지랑 같이 색깔을 골라서 새로 칠했던, 그래서 내가 칠했던 부분만 유달리 페인트가 뭉치고 엉성했던 하얀 문. 별 장식 없이 일자로 곧게 뻗기만 한 문고리.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뭐라고 형언해야 좋을지 몰라 그 자리에 고스란히 얼어서 문을 한참 쳐다보기만 했다. 이제는 이 빌어먹을 마법의 성까지, 내 기억까지 뒤져서 나를 기만하려 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우리에게 너는 필요 없으니 집에 가라고, 원하는 대로 집에 돌려 보내줄 테니 다신 보지 말자고. 네 주제를 알아, 패트릭 칸.
학기가 다 끝나가는 마당이었다. 차라리 이토록 가시적으로 표현해주니 머리 굴릴 필요도 없어 좋았다. 이 문이 정말로 집으로 연결된다면, 글쎄, 아버지께는 한 소리 듣겠지만 마음은 편할 것 같았다. 이제 여기로 안 돌아와도 된다는 점에서. 그냥, 끝이 나는 거다. 나는 내가 가진 두 가지 속성 중 하나를 일찍 내버린 셈이 될 뿐이다. 마법사들이 내게 지겹도록 물어대는 양자택일의 질문에 답을 내놓고 주제에 맞게 꺼져주는 것뿐이다. 내 주제와 본분에 맞게 승복한다.
네, 당신들 자리엔 안 어울리는 사람이죠. 알아요. 열심히 해도 본전도 못 건질 게임이라는 것. 난 아마 당신들이 요구하는 것만큼 완벽하고 얌전한 괴물이 되진 못할 것 같아요. 그러니 안 하려고요. 완벽히 해내지 못하는 것에는 의미가 없고, 덜된 것엔 가치가 없으니까.
문은 진짜 우리 집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내 방 구조와 하나 다른 게 없었지만, 창밖을 내다보면 내려다보이던 골목이 새까맣게 암전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긴 호그와트가 그럴듯하게 빚어낸 가짜고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걸.
나는 그 방의 원리가 무엇인지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만일 내가 바라는 공간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었다면 참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난 그나마도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상처받을 일을 원천 차단한 환경을 원했다는 소리다.
덜된 것엔 가치가 없고, 어쩌면 난 태어나기를 덜된 존재로 태어났을지도 몰랐다. 하느님의 실수, 뭐 그런 걸지도 모를 일이다.
절대자의 실패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인 나는, 결국 그날 밤이 깊도록 골방에 틀어박혀 이제는 다 낡은 큼직한 곰 인형에 안겨 시간을 흘려보냈다. 참, 서글픈 일이다. 이럴 거면 꿈이라도 꾸게 만들지를 말았어야지. 바라는 것 없이 순종적일 수 있다면 차라리 행복할 텐데. 무지라는 축복을 통하여 당신의 카인을 좀 더 사랑해주실 수도 있었잖아요.
저 하늘 어디에 있기는 한 건가요? 당신이라는 존재가.
2.
정신 나간 양탄자 그림은 거의 피난처가 되어 있었다.
“너 자꾸 어디에서 노닥거리느라 수업을 빼먹는 거니? 아니, 그보다 다른 수업은 왜 자꾸 안 들어가? 내가 너 수업 들어오면 잡아다 앉혀놓으라고 너희 사감 교수한테 부탁까지 받았다.”
“역사 수업도 좀 빼먹을 걸 그랬네요. 그랬으면 망할 교수한테 동선을 읽히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을 해도….”
농담이라는 듯이 어깨나 한번 으쓱하고, 묶었던 머리를 슬그머니 풀었다. 내가 빼먹지 않는 수업이라고 해봐야 역사 수업 정도였고, 다른 수업 시간엔 얼굴을 비칠지 안 비칠지조차 미지수였다. 사태는 나날이 나빠지기만 했으므로 사감 교수도 마지못해 초강수를 둔 것일 터다. 이렇게 하면 내가 역사까지 빼먹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역사 교수에게 머리를 숙였으리라. 수업이 끝나면 그 망할 자식 좀 잡아둬달라고. 하기야, 내가 피난처에 틀어박혀 자고 있으면 나에게 쏟아져야 했을 온갖 비난의 화살이 그 작자의 머리 위로 쏟아졌겠지.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 알 바가 아니었을 뿐이지.
내 걱정은 별 실효도 없고, 나의 부재가 걸리적거릴 수는 있을지언정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잠은 계속 쏟아졌다. 인정하니 편해진 건지, 아니면 그렇다는 사실이 사실은 좀 슬펐던 건지.
사감 교수가 오고, 마법의 역사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 한복판에서 일장 연설을 들었다. 딱히 기억에 남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눈꺼풀은 무겁고, 머리는 안 돌아가서 적당히 교수가 원하는 듯한 대답만을 간간이 되풀이했다. 내가 반쯤 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감 교수가 양피지 한 뭉치를 둥글게 말아서 정신 차리라며 정수리 한 대를 가볍게 쳤다.
“너는 잘해도 본전인데, 하자면 하는 애가 왜 이러냐. 자꾸 이렇게 나오면 너희 부모님께 편지를 쓸 수밖에 없어.”
“알겠다는데 왜 난립니까? 뭐 어쩌라는 거예요, 나더러. 말대답을 해도 불만, 안 해도 불만이시면.”
“진짜로 알아먹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잖아.”
“아둔한 머글이라서 그런가 보죠. 저도 제가 좀 덜 멍청하고 순종적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랬음 의심할 것도 없이 꼬박꼬박 수업만 나오면 됐을 텐데.”
대화가 끊어지고, 졸음이 쏟아지는 머리로도 패배주의자라는 말에 관하여 생각했다.
“하실 말씀 다 하셨으면 이만 가봐도 됩니까? 수업 있는데요. 오후에도.”
사감 교수는 가만 앉아 있으라고 했다.
“아웨나나 그레이를 불러올 테니까 같이 들어가. 난 이제 너 못 믿는다.”
“이 나이 먹고 친구 손 잡고 교실 들어가는 것도 좀….”
“그럼 나랑 갈 테냐? 그것도 괜찮구나. 다음 수업 어디였지? 마법약?”
아마 이 작자도 골든벨 쪽지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서 아무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겠지. 인간 내면에 있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양면성을, 그 사람은 나와 마주할 때마다 보여주었다. 나쁘지 않은 교육자다. 나처럼 답도 없고 멍청하기만 한 문제아를 끝까지 끌고 가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성정이 나쁜 작자는 아니었다. 아마 교편을 잡은 것도 나름의 신념에 근간을 둔 일이었을 터다. 후대의 마법사들을 교육하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했다거나, 하다못해 단순히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일지언정 아마 이 사람은 나보다 많은 철학을 사유한 끝에 선생으로서 내 앞에 앉는 미래를 선택했을 터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렇게는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못하거나 방황해도 괜찮다고. 넌 잘해도 본전이야. 다른 애들과 상담할 때도 미리 아이들의 가치를 판단한 후에 태도를 결정하고 있나? 내가 순수혈통이었어도 당신이 그런 소릴 했을까.
“역시 친구 손 잡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와. 너무 좋다. 친구들이랑 손에 손잡고 복도를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왜 이토록 좋은 사람들조차도 나에게 한 번을 괜찮냐고 물어보질 않는 걸까.
차라리 그런 말을 기대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내가 당신들에게 순종할 수 없다면.
* * *
레토와 도리언은 이미 강의실에 들어간 후였는지 사감 교수는 언급조차 없었던 트로이를 데리고 돌아왔고, 그 애와 움직이는 계단 앞까지 나란히 걸었다. 이미 강의가 시작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복도는 어딜 가나 인기척이라곤 없었고, 우리 둘이 나란히 걷는 발소리 하나만이 선명했다. 실없는 대화 몇 마디가 오갔다. 계단 앞에서 트로이는 내려가는 방향으로, 나는 올라가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그 앤 그 사실에 의문을 표하지는 않았다. 수업에 들어갈 작정이었다기엔 든 거라곤 역사 교재뿐이었으니 머리 좋은 트로이는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았던 것도 같다. 그게 아마, 교수가 레토와 도리언은 언급해도 트로이를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였을 거다.
“패트, 그래도 잠은 기숙사 와서 자. 밖에서 자면 감기 걸려.”
“…레토도 얼마 전에 그 얘길 하던데. 그래도 그날 빼곤 늘 기숙사에서 잤잖아.”
“아니, 낮잠도 굳이 밖에서 자진 말라는 얘기였어. 낮에도 춥잖아. 갈 데 없는 사람도 아니고 뭐하러 그래.”
“…그거 좀 재밌는 얘기다.”
“그래? 어떤 게?”
“내가 갈 데가 있다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더 재미있지 않아? 우리 방에 너 기다리는 애들 천지야, 패트.”
피난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실존하는 공간으로 연결된 일이 없었다.
“그래도 수업 들어가자고 안 잡아줘서 고마워, 트로이.”
“뭘.”
“포스터 찢어졌을 때 내 편 들어준 것도 고맙고.”
계단이 움직이고, 내려가는 방향이 트였다. 트로이는 당연한 일에 생색 내는 애가 아니었고 그런 점이 존경스러울 때가 있었다.
“…아, 맞다. 패트. 하려던 말이 하나 있었는데.”
계단을 몇 발자국 내려가고 나서야, 트로이가 돌아보았다.
“괜찮은 거 맞지? 좀, 길을 잃었더라도.”
그 애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괜찮을 거야. 너희가 있는 한.”
트로이는 아무 대답도 없이 한 번 웃어 보였다. 계단이 방향을 바꾸기 전에 내려가는 그 애의 뒷모습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계단이 움직이고, 올라가는 방향으로 길이 열렸다. 정신 나간 바르나바는 여전히 되지도 않을 교육에 매달리고 있었고, 7층은 꽉 찬 침묵만이 가득했다. 그 앞을 몇 번 오가면 벽에 일필휘지로 금이 가곤 했는데, 근래에 들어 성은 내 눈치를 유려하게 볼 줄 알게 되었다. 불필요한 문을 만들었다가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뒤늦게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걸 다 안다는 듯이 내게 익숙한, 내 이름이 걸린 문의 모양을 깎아내곤 했다.
그러나 7층 벽면은 영문 모를 기다란 복도만을 깎아 놓았다. 입구는 있으나 여닫을 문은 없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도 않을 만큼 기나긴 복도를 지나, 이번에야말로 진짜 집으로 가는 통로라도 내뱉은 건 아닐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정말로 내가 돌아가고 싶은 건지, 그럼에도 여기에 남고 싶은 건지도 몰랐으면서.
나는 잘해도 본전이다. 사실 내가 없는 편이 사감 교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팔자에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날 기다린다는 애들이 존재한다. 그 애들에게 기대를 걸고, 그 아이들이 기다린다는 곳이 내가 돌아갈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또한 나를 놓지 않고 뒤흔들었다,
이 어둑한 복도의 끝은 어디로 연결되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이 방황의 종지부는 어디에서 찍히고, 나는 끝내 어디로 처박히는 걸까. 안일함인가, 고난의 길인가.
“칼립소와 함께 불멸 속에 안주하느냐? 필멸을 안고 이타카로 돌아가느냐. 오디세우스의 선택의 올바름에 관하여 논하라.”
복도가 끝이 났다. 질문은 떨어졌고, 청동 독수리상은 마치 원래 그 복도의 끝에 있었다는 듯이 뻔뻔하게 대답을 기다렸다. 몸이 굳고, 생각이 얼었다.
7층의 정신 나간 바르나바는 그 이후, 4학년 학기가 끝날 때까지 나를 피난처로 데려다 놓지 않았다. 그 작자가 문을 만들고 있었던 건지, 그 그림과는 크게 관계가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생각건대, 더는 그런 게 필요 없다는 판단을 누군가가 내린 건 아니었을까.
방황은 끝났다. 너는 이타카로 향해야 한다. 너는 끝내 너의 페넬로페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므로.
3.
그 이후, 7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자체를 잊어버린 듯이 살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빴고, 기숙사라면 굳이 그 복도를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었다. 필요가 없어졌다. 그게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 시스템을 구축한 누군가가, 혹은 나를 지켜보고 있는 신께서 내게 더는 피난처가 필요 없다는 판결을 내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날, 그 복도의 끝에 다다르고 나서야 더는 그 고립된 골방이 필요 없다고 스스로 결론지었던 것일지도.
6학년 방학 무렵에 피난처의 상징 같았던 커다란 곰 인형을 내다 버렸다. 근본적으로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나는 꼬인 사람이고, 아마 축적된 상처는 매번 내 발목을 걸고 나를 넘어지게 할 것이다. 영웅이 되진 못할 거다. 늘 그래왔듯이 감정 앞에 급급하기만 하겠지.
그렇지만, 글쎄. 그렇더라도 돌아갈 곳이 분명하다면 나아갈 수야 있을 거다.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그 복도의 끝에 그 애들만 있어 준다면.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조건이 나를 넘어 너희의 목까지 죄지 않는 이타카로 항해하는 거다. 오로지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자리로. 침대를 맞붙이고 잠들 수 있는 곳으로.
편지를 써야겠다. 마지막 방학이 저물기 전에, 나의 사랑하는 모든 페넬로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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