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H/사일러스] 고양이
(본 단편은 사일러스 크로우가 해리포터 기반 커뮤니티에서 후플푸프 사감 설정으로 들어갔을 때 작성했습니다. 미러원 세계관에도 비슷한 일은 일어났겠으나 크게 스포일러는 아니라 비밀번호 없이 공개합니다.)
1. 고양이
현관 앞에 고양이가 죽어 있는 꿈을 꾸었다.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먹이를 주고 있는 길고양이였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것이 내가 꾼 첫 번째 악몽이었다. 여덟 살이 되던 해, 겨울이었다.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맞추어 아침이 찾아들었다. 침대를 벗어나 세수를 하러 가면서도 개운하지 않은 감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나는 그런 광경을 태어나 본 적도 없었고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소복이 쌓인 눈 위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그 고양이의 사체는 내 조그마한 머릿속에서 갑자기 샘솟았단 말인가, 세수를 하는 내내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침 식사 준비로 분주했고, 아침에 우체통에서 구독하는 신문을 꺼내오는 것은 내 일이었다. 잠옷 위로 더플코트를 간단히 걸치고 현관문을 열었다. 문고리는 얼음으로 만든 것처럼 내 작은 손 안에 차갑게 감겼다. 문은 반 밖에 열리지 않았다. 무언가 문 귀퉁이에 걸린 모양이었다. 시선을 내렸다. 아. 고양이 사체. 내가 무언가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다는 감각이 몸을 사로잡았다.
부모님도 고양이의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했다. 특히 어머니가 그랬다. 길고양이에게는 이름도 없었고 정해진 거처도 없었지만 어머니가 특히 정을 쏟고 있었다. 그 고양이가 내게 사납게 굴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는 우리 집의 정식 반려동물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것은 말 그대로 가정에 불과했지만, 그만큼 우리 가족과 두터운 인연을 맺고 있었던 고양이였다. 그 날 오후, 아버지는 고양이를 마당에 묻었고 어머니와 나는 묘표를 만들었다. 우리끼리 정한 방식으로 간단한 장례도 치렀다. 고양이의 장례식이 끝난 후,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을 하나씩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간밤에 꾸었던 꿈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나는 그것이, 그 고양이가 죽는 것을 꿈을 통해 미리 본 것이 아주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를 야단치실 것이라 예상했다. 나의 솔직한 고해성사에 부모님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 현관 앞에서 세 가족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고양이가 네게 먼저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서 네 꿈에 찾아갔나 보구나. 고양이도 내심은 사일러스, 네가 좋은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
나는 두 분이 그럴 때 항상 내 예상을 배신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좋았다. 화를 내는 대신 푹 안아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좋았다. 그들의 품에 안겨서 조금 발칙한 거짓말을 했다. 고양이가 꼭 천국에 갔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사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그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좋아하는 척을 했던 것이다. 내게는 부모님이라는 좋은 사람의 표본이 있었고, 나 또한 그 표본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양이를 좋아해야 했다. 그것이 나를 물고 할퀴는 한이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