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린 헤이워드가 어느 날인가 그런 말을 했다. “누구나 편하게 살고 싶어 하지 않아?” 나는 웬만한 문장을 듣는 즉시 알아차리고 그날 이해하지 못한 말도 몇 번 곱씹다 보면 반드시 깨닫는다고 자만했는데, 그 애의 그 말은 하룻밤을 곱씹도록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불가해(不可解). 그날 그리핀도르 기숙사 침대에 몸을 묻고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나서야, 나는 편히 사는 일에 관심이 없으며 육체의 안녕함에 세심함을 기울이는 날 같은 것은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집마다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산골 마을은 지루했다. 오래도록 떠나 있자면 그리워지는 평온함이나 가서 살라고 하면 한 달도 못 버틸 만큼 내 고향은 정적이고 고여 있었다. 아침마다 색색의 부엉이가 물고 오는 신문의 종류는 한 가지였고, 다들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살았으며, 백 년 전에도 똑같은 일상이 영원할 것처럼 반복되었을 거란 말이다.
도시의 삶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와 같다고 했던가. 단어를 주워 표현을 짠 사람은 그 말을 통해 도시를 비난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글쎄. 머글 사회가, 공장 굴뚝이 솟고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저 산 아래 숱한 도시가 요란한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일종의 방직 기계 같은 것이라면 마법사 사회 그 자체인 내 고향은 태엽을 돌리면 같은 음악을 영구히 반복하는 오르골이다.
마법사의 삶이란 머글보다 오랜 수명이라는 지루함을 견뎌내는 것. 아름답고 고루한 중세 마법 문명과 불야성 같은 도시, 변해 가는 20세기 머글 산업 문명 사이를 번민하는 것.
그러하니 우리가 비행에 바치는 그 사랑은 얼마나 가엾은 사랑인가. 머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선택했을 뿐이었던 빗자루라는 이동 수단 하나로 오르골 속을 휘젓는, 유일하고도 무의미한 행위를 사랑함으로써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아무 의미 없고 불완전하고 기묘한 순간을 뜨겁게 사랑하기에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라고.
결국 그 누구도, 멈춰선 문명에 양초처럼 붙박여 남은 시간을 태워내기만 하면서 살기를 바라진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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