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29)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사 안내 https://www.postype.com/@monakimohoh MONAWORLD: 포스타입 채널모나(@GG_wirte)의 엉망진창 머릿속 세계가 올라옵니다. 이메일: hjkim6197@gmail.com julius9010@naver.comwww.postype.com거의 포스타입으로 이사를 간 상태입니다.(경제 블로거들이 자꾸 제 자캐 소설 좋다는 이상한 댓글 남겨서요. 뭐야? 두익칸 아세요?) [카블] (이거 많이 상한 주먹밥)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루치오] 사명을 받들라 날이 좋아 꽃을 한 다발 샀다. 앞치마를 두른 직원은 리본 색을 고르며 물었다. “데이트?” 그는 꽃집이 가게 앞에 내놓은 화분을 멀거니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남자는 대답을 골몰한다. “아니오.” 한참 만에 대답한다. 직원은 남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사실 그는 고객에게 큰 관심이 없다. 꽃집에 와서 숭늉을 달라면 곤란하겠지만, 꽃을 달라는 사람은 특별할 까닭이 없다. 다만, “멀끔하니 차려입으셨기에.” 실없는 대화가 때로 서비스직에는 필요하다. 꽃다발을 묶을 리본의 색이 보기보다 중요한 것처럼. “게다가 성탄절이잖아요.” 직원은 그에게 포인세티아 한 다발을 팔았다. 남자는 값을 치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둘씩 짝지어 데이트할 리가 있나요.” 그는 조심성 없이 꽃다발을 들고 가게를 나.. [설리번/루치오] 보너스 게임 테이블이 크게 흔들렸다. 카드는 발치에 쏟아지고 칵테일이 엎어졌다. 불빛은 어스름했다. 마주 앉은 이의 얼굴보다는 윤곽만 간신히 보일 만큼. 어거스터 설리번은 미동도 없이 담배를 피웠다. 둥그런 테이블을 소리가 날 만큼 두드린 남자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남자는 “야, 이 개새끼야.”라며 험악한 말을 쏟았고, 불현듯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더니 설리번의 머리에 총구부터 들이밀었으니 화가 났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설리번은 짧아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대답했다. “뭐가 불만인지 말해보게.” 고개를 들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조명 탓에 그림자까지 뒤집어쓴 남자의 시커먼 형체가 있다. 커다란 선글라스도 한껏 사나워진 기운을 가리진 못했다. 설리번은, (그는 두 해 전 기적적으로 다시 파.. [루치오/설리번] 너의 물성과 나의 인간성 “다쳐도 우리 상처는 금방 아물지만, 인간들은 꼭 사색이 되잖아요. 죽을 것 같다면서.” 어거스터 설리번은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손을 뻗어 어스름한 불빛을 최대로 밝혔다. 제목 없는 책등이 책장마다 한가득했다. 희미한 먼지는 부유한다. 그러나 남자의 밝은 갈색 머리칼에 달라붙은 흰 가루는 책 먼지는 아니었다. 곳곳에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책장은 넘어진 것 하나 없이 멀쩡했다. 불시에 로 굴러들어온 어린 사도의 뒷덜미는 발갛게 얼어 있었다. 눈보라가 일었나 보군. 설리번은 짐작했다. 올해는 어딜 가나 겨울바람이 매섭더니만. 남자의 머리칼에 맺힌 하얀 것은 눈송이다. 유쾌한 일은 아니다. 책은 습기에 취약하니까. 눈이 녹아 도사리는 수증기건 핏물이건.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한동안 말없이 .. [흑적] 착각의 연속 이럴 때면 차오르는 언어가 호흡을 잡아먹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시선 교환, 그리고 침묵) 나는 본디 말이 많다고 당신은 웃을까. 당신의 웃는 낯을 좋아해. 눈초리가 아래로 조금 내려가서 인상이 순박하고 천진하거든. 다들 그거 잘 모르더라. (호명) 다른 사람 앞에선 잘 웃지 않나, 매 순간 휘둥그레 눈을 뜨고 당신만 감시할 수 없는 노릇이니 알 수가 없군. 당신과 나는 서로 다른 망에 걸려 있잖아. (다시 정적) 나는 당신의 사지를 묶는 그물 모양을 모르고, 당신은 내가 왜 이러는지를 모르지.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나와 당신은 너무 다르게 세상에 났어. 사실은 우리 열두 명 전부. 열두 명 다 만나보지도 못했지만, 아니, 사실 천지 모든 사람 하나하나. (다시, 연이어 쏟아.. [???] 기도하면 이루어지리라! 이미 늦었다. 마을은 도처가 마른 땅이다. 일대에 한 해 넘는 가뭄이 들었던 모양이다. 불길이 치솟았다. 메마른 풀을 집어삼키고 열기가 번졌다. 남자는 허공에 난 문간에 기대어 서서 벌겋게 벌어진 틈새를 쳐다만 보았다. 틈새가 무섭게 토해내는 불길은 남자가 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의 뺨에 시꺼먼 그을음이 묻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지독한 가운데, 남자는 불현듯 입가를 비틀어 웃었다. 인간이 부품이라면 마을은 무엇일까? 사회는 무엇이고? 재를 털어내면 바람이 쓸어간다. 사람의 피와 살로 이루어진 오르골 장치에 불과한가, 남자는 수십여 년 전에 분명 경고했다. 사도 테스카틀리포카의 무덤을 버려라. 그가 대체 언제 어떤 인격을 입고 왔는진 모른다, 그가 당신들에게 베푼 은혜를 모름은 물론이거니와 관심조차 .. [달바흐] 사도의 심장에 칼을 박아라 모리안은 우산도 없이 흠뻑 젖어서 우리 집엘 왔다. “집에 가려는데 장대비가 내리잖아.” 그녀는 재워달라는 말을 그렇게 했다. 나는 현관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 그녀를 쳐다보다가, “미쳤네.” 하곤 그 애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몇 달 전보다 손목을 붙든 손아귀에 공간이 남았다. 그 애가 그새 더 여위었다는 사실을 알 것 같았다. 그녀의 보호자인 우리 고모가 그녀를 학대하고 있는 건 아닐 터다. 녹턴은 원래 그렇다. “오늘 우리 집에 살아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는데.”, “알아. 너희 집에 유령이 들끓는 게 하루 이틀 일이니?” 백 년 넘게 그랬다. “내 눈엔 안 보이지만.” 모리안이 씻고 나오면 아무 주파수에 맞추어 틀어둔 라디오에서 뉴스 따위가 흘러나왔다. 모리안은 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나와선, 내 방 .. [오스카르] 너는 슬퍼 우는 첫 번째 사도가 될 테다. 0.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위태로워 보였다. 오스카르는 조명을 한참 쳐다보았다. 총을 쏘아서 조명을 매단 줄을 떨어트리는 건 어떨까. 무대는 비었고 관객은 없다. 구조물은 위험하게 흔들리는데. 1. 자기소개란 건 참으로 어렵다. 오스카르는 건축사무소에 처음 면접 보러 갔던 순간을 떠올렸다. 토로하자면 취직은 손쉬웠다. 그는 숙부의 권유를 받아들여 건축을 전공했고, 그의 인간 숙부는 업계에 얼굴 아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이번 삶에서(그는 이 삶을 자주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절반은 살아본 적 없는 시스젠더 남성의 삶을 골라서 현현했고, 20세기의 여명이 밝아도 인류는 차별과 불공정을 ‘수선’하지 않았다. 인간으로 사는 삶은 내던진 실뭉치처럼 술술 풀려나갔다. 어쨌건, 오스카르가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말아먹.. [다이스케] 불가해 주제(主題, theme) 1. 마야마 다이스케는 청룡에게 이토록 사적인 부탁을 해본 적이 없다. “주말에 말이죠, 뭐어, 이쪽은 찬이 형도 있으니까 하루쯤 혼자서 수선하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수화기 너머 청룡의 목소리는 떨떠름했다. 다이스케는 그 남자가 알려진 바와 달리 바보가 아니며 간혹 성가시게 의심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1년에 두 번 혹은 그 이상 만날 적마다 멍청한 낯짝으로 웃고 떠들며 분위기를 가볍게 유도하지만, 하여간 하람은 (적어도 다이스케 입장에선,) 작정하고 믿게 만들기가 어려웠다. 오래된 툇마루에 석양이 진다. 오래전 할머니께서 심으셨다는 매화나무 그림자가 담벼락을 타고 늘어졌다. 온 세상에 단풍색 햇살이 여울졌다. 다이스케는 곧은 자세로 앉아 하람의 다음 말을 기다리다가 끝까지 참지 못했다. “하실 말씀 .. 이전 1 2 3 4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