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용 가사 출처: Ob-La-Di, Ob-La-Da · The Beatles https://youtu.be/_J9NpHKrKMw
텅 빈 교실에 마련된 옷장은 덜컹거렸다. 전축이 돌아갔다. 저것은 기계처럼 보이지만, 다이애건 앨리에서 온 물건임이 분명했다. 엘리엇의 마이마이와 라디오, 삐삐, 만보기는 마차가 호그와트에 진입하면 여지없이 망가졌다. 음악을 걸어놓은 것은 누구일까. 교수님, 혹은 장난꾸러기 소리의 요정, 아니라면 먼저 실습을 마친 누군가일 수도 있겠다. 알고 있는 음악이었다. 적당한 템포의 음악, 한 세대가 지난 유행가(Happy ever after in the market place…)…. 엘리엇은 옷장과 똑바로 마주 서서 지팡이를 쥔 채 실습과 무관한 상념에 휩쓸려 다녔다. 그는 그렇게 살았다. 한 발짝 이상 멀리 떨어져서 관망하는 것.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일. 새를 닮은 습성. 언제나 하늘에 앉아 있는 엘리엇 라이더.
보통 보가트가 들어 있는 옷장의 문을 열기 전엔 생각이라는 과정을 거칠 터다. 이를테면,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예측하고자 하는 영리한 이들이 있을 테고, 때로는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명백한 공포에 시달리며 안색이 하얗게 질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엘리엇은 언제나 궤도에서 이탈한다. 작은 음량으로 속살거리는 유행가가 도로 처음으로 돌아오면 지팡이를 들고 휘두르는 것이다. 스스로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걱정하는지 관심 없다는 것처럼, 무심한 눈을 하고. 옷장의 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Life goes on bra….) 그리고 알고 있는 노래를 건조하게 흥얼거렸다. Ob-la-di ob-la-da…. 근데 이게 무슨 뜻을 가진 가사지?
보가트는 옷장 앞에 앉아 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옹송그린 어깨가 보였다. 체구가 작은 여자. 엉망으로 흐트러진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사랑하는 금빛 눈동자가 도사렸다. 그녀는 품에 새까만 액자를 안고 있고, 파란 머리칼을 한 남자가 그녀의 어깨 위로 얇은 담요를 둘러주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How the life goes on….) “안녕하세요, 엄마, 아빠.” 전축에 걸린 새까만 LP가 돌아간다. 어머니가 손아귀에 쥔 노란 리본이 흘러내렸다. 널브러져 있는 새까만 교복. 안감은 노랗고, 엘리엇은 머글 태생이다. 그는 호그와트의 새까만 교복 망토를 걸친 유일한 라이더였다.
흐느끼던 실비아 라이더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엘리엇.” 그게 다였다. 그녀와 똑같은 금색 눈동자를 가진 엘리엇 라이더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사실 그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잘했던 적이 없었지만, 이건 손쉬웠다. 왜냐하면, “리디큘러스.” 공포는 사유하는 자의 전유물인 까닭에. “살펴 가세요, 저는 잘 지내요. 사랑해요.”
지팡이를 휘두르면 엘리엇의 장례식은 사라지고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모여 기댄 봉제 인형의 모습으로 변한다. 엘리엇은 승복한 보가트를 도로 옷장에 넣고 문을 닫았다. 돌아서면, 음악은 도로 첫 후렴구로 돌아온다. 그는 목덜미를 주물렀다.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오늘이 슬프고 내일이 절망적이어도, 시간은 무턱대고 흐른다. 인생은 직선 모양으로 뻗었다.
슬퍼하는 자를 사랑하자.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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