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보다 엘라하 녹턴을 우연히 마주치기란 녹록하지 않았다. 호그와트 고성은 수용하고 있는 학생 수에 비하면 광막하도록 넓었고, 학년이 달라 강의가 겹치지 않음은 물론이요 녹턴 형제는 기거하는 기숙사조차 달랐던 까닭이다. 그나마 식사 시간이 되면 저 멀찍한 후플푸프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동생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럴 적이면 누아다는 그 애를 둘러싼 적지 않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쩔 도리 없이 고민에 빠져들었다. 듣자 하니 동생과 같은 해에 입학한 후플푸프 학우들끼리 각별하다고 했다. 순수혈통도 하나 있었으나 그밖엔 전부 머글 혈통이고, 아예 머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는 애들도 두 세 명 있다던가.
아이는 어딜 가나 친구들 틈바구니에 파묻혀 다녔고, 이대로 가다간 학기가 끝날 때까지 똑바로 된 대화는 해보지도 못하고 호그와트를 졸업하고야 말 것 같았다. 간신히 용기를 내어서 누아다 녹턴이 접근하면 화기애애하던 후플푸프 테이블 한구석이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 자신보다 네 살 어린 학생들이 동생을 둘러싸고 자신을 경계하듯이 올려다보았다. 여러 쌍의 겁먹은 눈망울들을 마주하면 아무래도 누아다 입장에서도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좋을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졌다. 엘라하와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그런 말을 해도 되는 분위기인가?
“…형?” 엘라하가 마지못해 입을 열면, 누아다는 잠시간 후플푸프 테이블에 앉은 동생을 가만 내려다보기만 했다. 말이 얼어붙었고, 어쩌면 표정마저 굳었을지도 몰랐다. 그들 형제는 빈말로도 닮았다고 할 생김새는 아니었다. 그 애가 어디 가서 녹턴이라 밝히지 않는다면 아무도 엘라하와 누아다를 형제로 짐작하지 못할 정도는 되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명백히 엘라하 녹턴은 누아다 녹턴의 형제였다. 불변할 사실이고, 영원히 그럴 거였다.
동생이 머글 혈통과 무리를 형성해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고? 일부 거짓말이지. 그는 한 무리의 머글 혈통 학우들에게 둘러싼 동생의 모습에서 과거의 제 모습을 겹쳐 보았다. 저러다 다치면 어떡하지? 4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 답습하여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내가 보호하고 싶은 건 엘라하인가? 아니면, 그 일이 있었기에 평생토록 불신을 안고 살아야 할 제 그림자인가?
“…그냥 지나가다 보이길래 인사나 좀 하자고 왔어. 피징 위즈비를 얻어서 좀 줄까 싶기도 했고.” 하려던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엘라하의 머리만을 짧게 쓰다듬었다.
“요, 요즘 자주 못 보긴 했지….”
“안다니 다행이구나. 공부는 잘되고?”
“열심히는 하고 있어….”
“…그래. 뜻대로 안 되더라도 주눅 들진 마. 아직 3학년이니까. 적당히 놀고, 할 일은 그때그때하고.”
엘라하는 금빛 눈동자를 가만 내리깔아 두 무릎 위에 두었던 제 손등만을 내려다보았다.
“…응. 좀 더 열심히 할게.”
누아다 녹턴은 그 순간 엘라하가 아닌, 엘라하와 바짝 의자를 붙여 앉아 있던 겁먹고 긴장한 시선의 면면을 훑었다.
“…그래, 믿는다.” 그리고 실감하기를, 역시 자신의 본질이 무엇이든 가치는 타인이 매기는 것이며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우리를 옭아매는 저 무수한 시선들이 아니던가 말이다. 결국 스스로가 아무리 애를 써봐야 대중은 자극적인 과거 사건 몇 가지만을 잣대로 삼아 누아다 녹턴을 규정한다. 공적인 태도야 어떠하든 사적으로는 완벽한 순수혈통 우월주의자. 한때 그러했으니 영원토록. 현재는 어떠하든, 그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든. 대중은 그렇게 믿기로 결정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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