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어 천문탑에 오르면, 저 너머 길게 뻗은 은하수에 별이 한가득 박혀 있었다. 호그와트 주변엔 호그스미드를 제외한 인가가 없었다. 수많은 마법 생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숲은 넓고 깊고 탁한 호수가 있으며, 킹스 크로스가 있던 런던과는 사뭇 다르도록 살갗에 닿는 밤바람이 차가웠다. 제리는 망원경을 설치하고 천문도가 그려진 양피지를 펼치면서, 제 몸을 두르고 있던 목도리와 털모자를 꼼꼼히 점검했다. 칼바람은 그로 하여금 호그와트가 요크셔보다 북쪽에 있음을 알게 했다. 가을이 더 깊고 저 밤하늘에 겨울이 밀려들면, 연회장에 전나무 트리가 서고 창문마다 성탄절을 알리는 장식이 달릴 무렵이면 교정엔 눈발이 내려앉아 풀이 자랐던 흔적마저 하얗게 지워낼 것이 분명했다.
교수는 가을 별자리를 관찰하고 기록해 오라고 했다. 하늘의 지도를 빠짐없이 기록하는 건 무리일 테니, 1시간가량 시간을 잡아서 제리 루빈스타인의 눈에 잡히는 만큼이라도. 그리하여 제리는 그리핀도르에 얼굴을 아는 선배―그녀는 제리의 친구 되는 이의 가족이라고 했다.―로부터 1시간짜리 모래시계를 빌려왔다. 난간 위에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금빛 모래는 천천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제리는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보이고 또 수업 시간에 배웠던 별자리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양피지를 펼쳐둔 바닥에 긁히는 깃펜 소리가 사각사각하고, 손등에 내려앉는 날숨은 따뜻하고 간지러웠다.
사실 제리는 이토록 어두운 천문탑에 혼자 올라오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그에게 붙어 있는 원천적인 공포와 맞닿아 있는 행위였다.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있는 것. 제리가 숨을 죽이면 모든 소리마저 얼어붙는 광막하고 고독한 공간. 아무리 기다려도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았고, 날이 밝아 돌아오면 돌아오는 대로 아만다 루빈스타인은 고작 네 살 먹었던 제리를 피곤한 눈으로 쳐다만 보았다. 그 서늘한 눈이 무서워서 울면 소리를 지르는 여자. 모든 걸 제리가, 혹은 그녀를 버린 머글 남편이 망쳤다며 히스테릭하게 울던 제리의 어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리의 가장 가까운 혈육인 그 여자….
다 큰 어른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하나 있는데, 아이들은 아무런 타산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리는 그 시절에 어머니를 붙잡기 위해 작은 머리를 있는 대로 굴려야 했다. 얌전하게 굴자. 의젓하고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아아, 울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어둑한 방에서 어머니가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려도 아만다 루빈스타인은 심하면 이틀에 한 번이나 제리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럴 때면 제리는 창밖에 반짝이는 별빛이며 가로등 불빛을 보았고, 저 너머에 빛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았다.
넬리 루빈스타인은 제리가 다섯 살 되던 해 어느 밤, 제리의 작은 창문 앞을 비추던 가로등 불빛을 가로질러 왔다. 그녀는 제리 대신 아만다 루빈스타인에게 화를 내주었고, 그날부로 제리를 안고 요크셔엘 왔다. 제리는 그날 많이 울었고, 그날 이후로도 많이 울었다. 그리고 욕망한다. 두 번은 실패하고 싶지 않다. 이번엔 꼭 울지 않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서, 이모인 넬리로부터는 방치당하거나 버림받거나 미움받지 말아야지. 전부 내가 나쁜 아이라서 벌어진 일일 거야.
그래, 사실 제리는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기억은 제리 루빈스타인을 속박하며, 그의 삶 전반에 어둠처럼 얼룩졌다.
“루모스.” 지팡이 끝에 불을 밝히면 반짝거리는 별이 가득한 천문도가 밝아온다. 그리고, 어둠을 물리치는 것은 언제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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