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그와트 복도마다 온갖 포스터가 나붙었다. 곱스톤 동호회며 체스 동호회, 뜨개질 동아리, 스터디 모임, ‘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이르기까지 호그와트는 크고 작은 학생 동호회로 나뉘어 있었고 학기 초면 학생들은 이런저런 취미를 찾아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했다. 그중 단연 뜨겁게 이목을 사는 포스터는 각 기숙사 색을 부어 만든 스포츠팀 포스터였다. 학생들이 그린 빗자루를 탄 사람들이 지면 위를 날아다니고, 가짜처럼 몽실몽실 부푼 구름이 흐르는 포스터들. 학생이 많이 오가는 연회장 앞에 붙은 포스터 근처엔 늘 아이들이 바글바글했고, 새처럼 조잘거렸다. “슬리데린은 올해도 선발 수색꾼이 스펜서겠지.”, “후플푸프에선 추격꾼을 보강할 모양인데.”, “그리핀도르에서는,”, “래번클로 선발전 날짜….”
엘리엇 라이더는 올해로 열두 살이었다. 그는 사람이 많지 않은 복도에서 불현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 선발전 포스터를 발견할 적이면 우두커니 서서 포스터를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선발전 안내 문구 따위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노란 눈동자는 포스터 위를 날아다니는 사람을 쫓았다. 각 기숙사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높이 솟은 골대. 호두 크기의 날개 달린 공. 그리고,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은 하늘. 엘리엇 라이더가 비행 수업을 마치는 순간까지, 어머니한텐 들키지 말자고 다짐했던 사실이 하나 있다. 그는 공놀이는 차치하더라도,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이 좋았다.
“얘.” 그녀를 마주한 것은 순전 우연이었다. 지하 교실 앞 복도였다. 마법약 보충 수업-그는 도저히 그 수업의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을 마치고 복도에 서서 멍하니 석벽에 붙은 포스터를 쳐다보고 있을 적의 일이다. 엘리엇이 느릿느릿 고개를 돌리면, 어느덧 그의 뒤에 그보다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잿빛 머리칼의 여학생이 서 있었다. 그녀가 걸친 교복 안감은 파란색이었다. 이름은 알 수 없고, 키를 보아 엘리엇보다 한두 살 정도 더 많은 선배가 아닐까 짐작만 가능했다. 그녀의 곱슬거리는 머리칼이 구름이나 솜사탕을 닮았다는 멍청한 상념에 잠겨 있을 무렵, 그녀는 엘리엇을 힐끔 바라보더니 물었다.
“너도 선발전 나가니?”
“아뇨.” 엘리엇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엄마가 슬퍼하셔서 안 해요, 퀴디치. 제대로 보러 간 적도 없고.”
“그러니?”
그녀는 혼자 팔짱을 끼고 선 채, 포스터, 특히 슬리데린 퀴디치 팀 선발전 포스터를 심통난 얼굴로 쳐다보았다.
“내 사촌 동생은 저기에 나간다는데.” 엘리엇은 살면서 그토록 명확하게 불만을 드러내는 삐뚜름한 입매를 처음 보았다. “미친 소리 같아. 퀴디치는 위험하잖아. 서로 막 떨어트리려고 하고, 블러저도 날아다니고.”
그녀는 말했다. “그래도 넌 좀 낫구나. 디보다 어려 보이는데 철이 들었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하고 싶은 걸 안 하는 것.”
“하고 싶기는 해?”
“공놀이는 모르겠지만, 네, 뭐….” 엘리엇의 시선이 도로 포스터의 각진 글자 위를 날아다니는 스니치에 닿았다. 그는 어디 가서 목소리를 내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말해본 일이 없었다. “하늘을 나는 것 정도라면요.”
오늘은 어째서 말하고 싶어졌을까? 이름도 모르고, 본질은 더욱 알지 못하는 미지 앞에서. 복도를 걸을 적마다 온 세상이 속살거리는 유혹을 견디다 못해 성질이라도 난 것일까? 아아, 그렇다. 고해하자면, 엘리엇 라이더는 포스터 앞에 모여 빗자루와 퀴디치에 관하여 떠들어대는 소란에 시달리고 있다. 개학하고, 가을이 깊고, 버드나무에 단풍이 들고 낙엽이 더미로 쌓이도록.
“그런 건 퀴디치를 안 해도 할 수 있잖아. 논리적으로 말이야.” 엘리엇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그녀가 하는 말은 소음 공해는 아니었다. 엘리엇을 충동질하지도 않았고.
“자명하신 말씀.” 그러나 그녀는 예의 ‘디’를 설득하진 못하겠다, 엘리엇은 확신했다. 엘리엇은 로웨나 래번클로의 총애를 받은 이들을 감성으로 설득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8할에 이르는 사람들의 세상은 논리와 사유를 모듈로 삼지 않았다.
2.
연회장 후플푸프 테이블 끝자락에 사일러스 해리엇 크로우가 앉아 있었다. 그는 엘리엇보다 한 학년 위로, 후플푸프에서도 이름난 예언가였다. 그는 엘리엇을 만나면 늘 더없이 미지근한 차를 한 잔 따라주었고, 쓰디쓴 차와 어울리는 다과를 한 접시 밀어주기도 했다. 엘리엇은 그 선배가 마음에 들었다. 연회장에서 발견하면 느릿느릿 걸어와 옆자리를 차지할 만큼은. 언제나 파리한 안색에 가녀린 체구를 한 크로우는 엘리엇이 성큼 다가와 앉을 적마다 깜짝 놀랐지만, 가슴을 한 번 쓸어내리고 나면 피곤한 인상의 얼굴에 신기하게도 다정이 어렸다.
그날 사일러스 크로우는 테이블에 수정구를 두고 있었다. 그는 공들여 집중하면 웬만한 미래를 예감하곤 했지만, 공부할 적이 아니면 타인의 미래를 무턱대고 들여다보려고 하진 않았다. 그는 누군가의 운명이 심심풀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그날 저녁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엘리엇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미적지근한 녹차를 따라주고, 눅진눅진한 쿠키를 한 접시 밀어주고, 그러고도 한 10여 분이 넘도록, 연회장 천장에 석양이 들도록….
“엘리엇은 선발전에 안 나가?”
“네.” 엘리엇은 내놓고 불퉁한 얼굴로 턱을 괴었다. 쿠키를 깨무는 소리가 요란했다. “어쩐지 오늘따라 다들 퀴디치 얘기네요. 전 그 경기 룰도 모르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사일러스는 수정구를 손끝으로 별 의미 없이 만지작거렸다. “으음, …선발전, 연습 경기, 뭐든 보러 간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운수 이야기?”
“보려는 건 아니었는데.” 새까만 머리칼 아래로 멋쩍고 무안한 눈빛이 떠올랐다. “방금 엘리엇을 보자마자 직감해서. 주말에 운세가 좋아, 하늘을 본다면 더욱이나….”
“네, 뭐, 그럼 교정에 달리기라도 하러 나갈게요. 얘기 끝.”
“엘리?”
엘리엇은 아무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오늘따라 가루가 더 많이 가라앉아 텁텁한 차를 마시고, 접시만 한 쿠키를 통째로 해치우고서도 한참을. 사일러스 크로우는 난감한 기색이었다. 한 살 어린 동생이 어쩌다 토라졌는지도 알 수가 없는 눈치였다. 웬만한 호그와트 아이들은 퀴디치에 열광했다. 사일러스와 같은 예외가 없진 않았지만-그는 스포츠에는 도저히 아무런 애착을 붙이지 못했다.-그의 친구만 해도 둘이나 선발전에 나간다며 밤낮으로 온갖 공놀이 얘길 쏟아놓고 있는 마당에….
“아, 여기에 있었네. 해리엇.” 엘리엇이 고개를 들자, 사일러스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통, 하고 두드리는 빨간 머리 선배가 하나 시야에 들어왔다. 엘리엇은 그가 사일러스 크로우와 동급생이며, 늘 붙어 다니는 절친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름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들은 엘리엇으로서는 영문 모를 대화를 나누다가(“저녁 먹고 맨드레이크 보러 갈 거냐?”,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은데….”), 사일러스의 시선이 어느덧 혼자서 차를 한 잔 더 따라내고 있던 엘리엇의 둥그런 머리에 꽂혔다.
“새뮤얼,” 그는 말했다. “그거 토요일이라고 그랬지?”
‘새뮤얼 버틀러’는 눈을 커다랗게 끔뻑였다. “보러 오게? 안 보러 와도 되는데. 너 그, 솔직히 너희 부모님 일도 그렇고….”
“보러 갈게.” 엘리엇 라이더는 그들이 아직 온실과 약초학 얘기를 나누는 중이라고 짐작했다. “엘리랑 같이.” 갑작스러운 호명에 눈이 동그래진 엘리엇이 그를 올려다보면 사일러스는 어깨만 한번 가볍게 으쓱였다. “하루쯤은 괜찮겠지….”
3.
엘리엇 라이더는 그래서, 토요일에 맨드레이크를 보여주는 거냐고 물었다. 사일러스 해리엇 크로우는 금요일 밤이 깊도록 고학년이 사용하는 3번 온실에 관한 이야기를 어설프게 늘어놓았다.
4.
토요일 오전엔 연회장이 시끄러웠다. 엘리엇은 달걀 토스트를 먹고 약속 장소로 향하기 위해 연회장 테이블에서 일어났다가, 아이들의 소란에 습격당했다. “어제 너도 슬리데린 선발전을 봤어야 해. 가히 압도적이었어.”, “그래, 슬리데린의 디 말이지, 어제부터 다들 그 소리더라….” 연회장을 빠져나가며 잿빛 머리칼의 선배를 생각했다. Bless you, 당신의 사촌 동생은 결국 하늘로 뛰어들었군요. 논리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그것이 사유가 가진 나약함이요, 시대의 서글픔이요, 어리석음은 인간성의 증명이라.
광증 같은 퀴디치가 호그와트를 떠돌고 있다. 빌어먹을 퀴디치, 망할 놈의 공놀이….
5.
퀴디치 경기장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었다. 토요일 한낮의 하늘은 청량했다. 가을바람이 시원했고, 경기장으로 오는 길목에 돋아난 버드나무마다 나풀나풀 낙엽이 졌다. 사일러스 해리엇 크로우는 그를 온실이 아닌 골대가 가장 잘 보이는 관중석에 앉혀 놓았고 엘리엇은 그 일로 사일러스에게 크게 토라졌다. “안 본다고 했잖아요.” 사일러스의 창백한 안색 위로 미안한 기색이 뚝뚝 묻어났다. “미안, 그렇지만 난 불운 아닌 행운을 예감한 게 처음이어서 조금 들떴어. 정말, 정말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거든. 오늘, 네 운세는 무척 좋으니까….”
경기장은 한산했다. 경기도 아닌 선발전을 보러 오는 학생은 적었다. 선발전을 치르는 후보 선수들의 친구거나, 혹은 올해 퀴디치 리그의 인선을 미리 확인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열성적인 퀴디치 팬들. 고개를 돌려보면 새빨간 머리칼을 한 여학생 둘이 엘리엇의 뒤에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엘리엇보다 체구가 훨씬 작았고, 둘이 힘을 합쳐 몸집보다 더 큰 현수막을 펄럭이고 있었다. ‘버틀러 가문의 자랑’이라고 큼직하게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 밑에 조그맣게 ‘딱히 가문이랄 것도 없는 슈퍼마켓이지만’이라는 농담성 문구가 덧붙여 적혀 있는 통에, 엘리엇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나마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들은 누가 보아도 그날, 사일러스 크로우에게 선발전을 보러 오느냐고-엘리엇은 지금에서야 그것이 맨드레이크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물었던 빨간 머리 선배의 가족이거나 친척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수막을 발견한 새뮤얼 버틀러는, 다 낡은 클린스윕 위에서 제발 소란스럽게 이름을 부르진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일러스는 친구인 새뮤얼 버틀러에게 눈길조차 주지 못하고 있었다. 퀴디치 경기장의 관중석은 골대만큼 높이 솟아 있었고, 엘리엇은 그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고작 제 행운을 위해 여기에 앉아 계시기로 한 거예요?” 예언가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엘리엇은 의미도 없이 텅 빈 앞자리의 의자를 운동화 코로 툭툭 걷어찼다.
“에, 엘리 생각도 했지만,” 사일러스 크로우는 이마를 긁적였다. “새미나 워렌을 응원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고, 으음,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 같은데 그러기에 좋은 계기가 되어준 거지. 엘리의 행운이.”
“제가 여기서 무슨 행운을 발견하겠어요?” 선발전은 답답하게 흘러갔다. 실력 미달인 선수들은 허공에 내던진 공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고, 바닥을 구르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가만히 앉아 있기가 버겁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전 퀴디치 안 해요.” 엘리엇은 앞자리에 불손하게 발을 얹고도 경기장을 주시했다. 차라리 크로우 선배의 친구라는 저 빨간 머리 선배의 차례나 얼른 돌아오면 좋겠는데. 개중엔 저 선수가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날아다니고 있지 않나?
사일러스 해리엇 크로우는 불안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다음 차례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면 몸을 바짝 떨었다. “어째서?” 안전 감독을 위해 참서한 비행 수업 교수가 새뮤얼 버틀러를 호명한다. “엄마가 슬퍼하니까.” ‘슬리데린의 디’의 친인척이 그의 안전을 걱정했듯이. 그들이 걱정하는 것이 정서의 안위인지 불안한 내일인지 혹은 정을 나눈 이의 안녕과 평화인지, 그것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나,
허공에 공이 떠오른다. 날개가 달린 것이 아니어도, 마법에 걸린 공은 제법 속도감 있게 사람들로부터 도망 다녔고, 새뮤얼 버틀러는, 그러니까, 경기장에 모인 그 누구보다 정확하고 날카롭게 나무 공을 쫓아 강하한다.
“모두가 슬픈 시대잖아.” 사일러스는 말했다. “엘리는 슬프지 않아? 사실은 하늘을 많이 좋아하지….”
돌이켜보면 별것도 아니다. 빗자루를 타고, 조그마한 공을 잡는 행위.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하고, 아무런 물자를 창출하지 못하는 일.
호루라기가 울린다. 중계 마이크를 잡고 있던 학생의 흥분한 목소리가 소음처럼 몰아쳤다. 엘리엇은 나무 공을 간신히 잡고 바닥에 뒹굴고 만 사람을 겁먹은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새뮤얼 버틀러는 멀쩡할 것이다. 긁힌 상처나 조금 났겠지. 슬리데린의 디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날았는진 모르겠지만, 글쎄, 적어도 오늘 치러지는 후플푸프 선발전에서 저만치 날 수 있는 선수는 더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다는 사실을 저 빨간 머리 선배도 알고 있다. 스스로가 아주 빠르고, 빌어먹을 현실과 동떨어진 하늘에 있으며,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자신이 독차지한 시간이라는 사실에 벅차도록 행복한 얼굴을 하는 사람.
무의미만이 우리를 구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 엘리엇은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답하고, 성가시다는 듯이 제 머리칼을 한 손으로 헝클어뜨리듯이 넘겼다. “망할 놈의 하늘이 좋아서 죽을 거 같아요. 충동질하지 않아도 충분히 돌아버리겠으니까 선배가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 정말 날기 시작하면 다시는 땅으로 돌아오지 못할 거 같아요….”
저렇게 행복한 얼굴을 하는데, 취하면 헤어날 수는 있을까. 어머니의 눈물을 등지고 만인 앞에서 고백할 수가 있겠나. 하늘이 좋아요, 여태까지 안 그런 척 거짓말을 했어요,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돌아버릴 만큼 하늘을 나는 비경제적이고 무의미하며 무가치한 행위가 좋아요, 당신의 슬픔 같은 것은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이나, 그러니 제게 악독한 마음을 품게 하지 마세요….
어째서 저의 행복과 어머니의 슬픔을 저울에 달아야만 하나요?
“엘리엇은 생각을 좀 덜어낼 필요가 있어.” 사일러스는 말했다. “하늘을 나는 게 네게 아주 좋은 일인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다면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봐.”
잔혹한 말을 하자면, 너와 어머니도 타인이잖아. 모든 인간은 단독 개체로 태어났고, 사실, 네 말대로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사는 중이지. 하나의 세계도 건사하기 힘들진대, 어머니의 세상마저 네가 구해야 하는 건 아니야.
“요컨대 자의식 과잉이다.” 엘리엇은 담담하게 말을 되감았다. “사랑하니까 공감하는 거겠지만.” 사일러스가 표현을 정정하면, 엘리엇은 느릿하게 웃었다.
“이게 사랑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요, 제가 누군가를 똑바로 좋아할 수는 있는 건지조차 미지수.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스테리. 그렇지만, 네, 퀴디치를 해서, 하늘을 미친 사람처럼 질리도록 날아다녀서, 그렇게 해서 가늠자가 생긴다면 고려해보고 싶네요. 제가 어머니를 사랑하는지, 아버지는 어떻고 선배는 어떤지, 하늘을 사랑하는 만큼 그들을 사랑하는 게 맞는지, 제가 구제할 길이 없을 만큼 망가진 인간, 어긋난 태엽, 그런 건 아닌지, 그러니까, 제가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정녕 실존하는지 그 여부가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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