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229)
[라이언] Parable of the Prodigal Son 공방의 문이 닫혀 있었다. 수요일이었다. 라이언 가드너는 전쟁이 끝나고 2주 휴가를 얻었고, 내일모레면 오러 사무국으로 복귀해야 했다. 돌아온 다이애건 앨리는 여전했다. 기사단이 저지른 테러에 벽이 허물어지고 지붕이 주저앉은 가게들도 보였지만, 플루가루 네트워크를 봉쇄하고 리키 콜드런을 폐쇄하기만 하면 전쟁의 화마가 침입할 입구가 없는 까닭에 상가 가게들은 대부분 아직도 간판을 걸었다. 골목마다 나와 있는 이웃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지만-가게는 무사해도 손님은 끊겼다. 그들은 전쟁보다도 오늘의 적자를 걱정한다.-전쟁은 석양처럼 저물었다. 마법사 사회는 이제부터 긴 겨울잠을 자야 했다. 눈이 올 것 같은 하늘을 이고, 밤이 깊어 마왕의 시대가 열린다. 그것이 전시(戰時) 오러였던 라이언의 전공(戰功)이었다...
[라이언/진영대립 STORY] 아리아드네 “래번클로?” 큼직한 모자가 작은 머리에 닿자마자, 모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 정도에서 만족할 자신은 있느냐? 너는 거기 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불행해질 거란다. 아니, 정확하게는 ‘여기’ 말고 다른 델 가면 어디서건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남겠지.” 마치 신탁과도 같은 말투다. “차라리 불타올라라.” 모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부 네 것으로 삼고, 순수하게 욕망해. 되지도 않은 잔머리는 굴리지 말고. 그러는 법을 배우려면, 역시 슬리데린이 낫겠구나!” 시간을 되감아 2008년으로 돌아온다. 폐허의 하늘은 흐리고, 어제 이름을 잘 모르는 기사단원들이 많이 다치고 죽었다. 마을 곳곳에 핏자국이 배는데, 지구는 사람의 죽음을 추모하지 않고 어제와 같은 속도로 돌았다. 나는 새벽이면 깨었고-네..
[라이언/리뉴얼] 악당은 말한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선배도 오러를 때려치워요.” L이 말했다. 그녀로 말하자면, 호그와트에 재학하던 시절엔 얼굴조차 몰랐던 이로 헬가의 품에서 자랐다는 따뜻하고 올곧은 성정의 사람이었다. ‘좋지 않은’ 혈통으로 오러 시험이라는 바늘구멍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했으나 박해에 못 이겨 오러국에 사직서를 내고 떠나버렸고, 그런 사람이 헐레벌떡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녀는 마법 정부에 알고 지내던 연줄을 많이 두고 떠나갔을 터다. 시대의 파도가 그녀를 어떤 직장으로까지 밀어냈는지까지는 잘 몰랐다. 그녀가 직장을 관두고 반 년 정도 꾸준히 엽서와 전화 정도는 주고받았던 기억이 났다. 일이 바빠서 우편물을 많이 잃어버렸던가, 아아, 틀렸다.-여기서 밝히는 사실 하나, 나는 요즘 어제와 오늘을 잘 구별하지 못한..
[라이언/리뉴얼] The spotlight! 요크셔의 셰필드다. 교회는 불타고 스테인드글라스가 깨졌다. J는 10년 전 호그와트 교정에 선 버드나무 아래에서 약초학 수강을 후회한다며 투덜거렸다. “졸업하면 요크셔로 돌아가려고요….” 색을 입힌 유리 파편이 석양을 반사한다. J는 거기에 있었다. 제대가 엎어졌다. 그가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게 아니라면 나와 그가 상상했던 요크셔의 함의가 달랐거나. 그는 귀향했으나 마법사 사회를 떠나진 못했다. 때로는 순수혈통이라는 개념적 탈을 쓴 마법사 집단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혹은 그의 연인 또한 마법사인 까닭에 끝내 머글 사회로 숨어 살지 못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J의 사연을 모른다. 그의 주제가 무엇인지 몰랐고, 어쩌다 그토록 겁 많고 몸 사리던 이가 셰필드에서 나와 지팡이..
[라이언/7학년 STORY] 사랑과 증오 그 사이, 불가해 그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사랑하는 라이언….’ 이른 아침이었다. 호숫가 근처에서 가볍게 달리고 돌아와도 연회장이 텅 비었을 만큼이나.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세로로 긴 유리창마다 희석한 것 같은 새벽 햇살이 비치고, 테이블마다 아직 식사가 차려지지 않은 시간이다. 가드너 공방의 가족 부엉이는 인적 드문 복도를 저공 비행하여 연회장 코앞에서 마주친 낯익은 주인 가족의 품에 고스란히 돌진했다. 가볍지 않은 체중 탓에 라이언은 하마터면 고스란히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아무리 반가워도 가족의 품에 머리부터 디미는 짓은 그만두라며 잔소리를 투덜거려도 부엉돌이는 좀처럼 듣지 않았다. 부엉돌이가 물고 온 편지는 하나였다. 드문 일이었다. 라이언의 부모는 편지를 써도 공정하게 자식 모두에게 한 통씩을 적었고,..
[라이언/7학년 STORY] 아이아이에 슬리데린 휴게실의 벽난로가 타올랐다. 라이언은 사지를 소파에 아무렇게나 걸어 몸을 내맡기고 한참을 N.E.W.T 과정에 해당하는 필기 요약을 읽었고,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천장은 높고 어두웠다. 창밖으로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정적을 긁는다. 슬리데린 기숙사를 마치 거대한 어항 혹은 수조처럼 만든 저 검은 호수엔 별의별 게 산다고 했다. 산다는 수중생물의 종류는 매해 늘어났다가 줄었고, 새 학년이 되어 돌아오면 없던 것이 생겨나기도 했다. 10대 청소년을 모아둔 학교다. 근거 없는 호수 속 생물 괴담은 확대 재생산되기 일쑤였다. 부유하는 언어를 토대로만 호수를 상상하라면, 넓고 정적인 민물이 아닌 온갖 괴물이 들끓는 바다에 가깝다. 그렇다면 지금 라이언이 몸을 누인 호수 속 기숙사는 키르케가 ..
[라이언/7학년 과제] Lion Heart 얼굴 위로 낙엽이 졌다. 해가 뜨겁던 여름은 저물고, 코끝을 스치는 가을 냄새가 완연했다. 라이언 가드너는 호숫가 근처 버드나무-후려치지 않는, 평범한, 학교의 교정 곳곳에 우뚝 선 조연 같은 것.-밑에 누워 멍청한 시선을 나뭇가지에 두었다. 검은 호수 위로 석양이 진했다. 낮달 옆에 금성이 밝고, 구름이 호수 너머로 찢기고 흩어졌다. 그저 오며 가며 얼굴을 익혔을 뿐인 후배 학생은 제 곁에 앉아-이 비밀 장소의 마땅한 주인. 한량 같은 슬리데린 선배에게 사랑스러운 아지트를 빼앗긴.-책을 다섯 권 쌓아두고 끙끙 머리를 앓고 있었다. “저 아무래도 약초학은 관둘까 봐요.” 악마의 덫에 관한 레포트를 써야 한다고 했던가, 그 후배 J는 N.E.W.T 약초학 과정을 듣기 시작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후배님..
[RYAN/->Brian] Snake?! 다이애건 앨리는 아침부터 소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라이언과 그웬은 토스트를 중심으로 차려진 아침 식사 자리에서 유쾌하지 못한 상가 소식을 들었다. 라이언의 아버지는 “별일도 아닌 일로 상가 사람들이 수선을 떤다”며 일축했고, 며칠째 가드너 가족의 집에 머물고 있었던 친척은 대사건이라며 깔깔 웃기 바빴다. “주말인데 다이애건 앨리는 늘 사건사고로군. 사무소를 런던으로 옮길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라이언은 달걀을 입혀 구운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물고 예언자일보에 실린 연예계 가십 기사-유명 마법사 록밴드의 보컬이 스캔들이 났다는 모양이다.- 따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지적했다. 그 친척은 살고 있는 바다 건너 항구 도시를 사랑하기로 유명했다. “야, 너 오늘 뭐 하냐? 어차피 아저씨는 의뢰 ..
[라이언/4학년 방학] 우리가 남이니? 런던은 폭염이었다. 다이애건 앨리의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은 장사는 잘되어서 좋지만 머글들 말로는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데 사실인 것 같지 않으냐며 카운터에 앉은 직원에게 시답잖은 잡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라이언은 방학 숙제를 늘 그 가게에 앉아서 했다. 심리적인 까닭은 없었다. 가게 사장이 아버지와 아는 사이였고, 가끔 아이스크림을 한 덩어리 더 얹어주시는 것이 이득이라는 단순한 계산이 있었다. 그웬 가드너는 이틀 가량 친구의 집에서 묵을 예정이라며 가방 하나 들쳐메고 떠나버렸다. 라이언 가드너는 그해에도 공방에 있었다. 후계자가 된 이는 도리어 새장 밖을 날아다니는데, 자신은 어쩌다가 올해도 변함없이 공방이란 새장에 매여 숙제 따윌 하고 있을까? 소리 없는 한탄은 아이스크림 한 스푼이면 녹았다. 학년..
[라이언/4학년 STORY] 미완성의 이레귤러 편지를 받았다. 존 오스카 가드너는 함께 앉아 식사할 적이면 말 한마디마저 고르고 고르는 신중한 사람이었으나 편지글은 열 문단이 넘어가기 일쑤였다. 라이언 가드너는 연회장 책상에 늘어져 앉아 아버지의 단정한 필체로 적힌 문장을 더듬어 읽었다. 가족 부엉이는 잽싸게 날아 창공을 가장한 연회장 천장을 종단하여 날아갔다. 부엉돌이가 문 편지 봉투가 하나 더 있었다. 그러니 덩치 큰 그 맹금류는 어디선가 세공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혹은 또래 친구들과 천방지축으로 쏘다니고 있을 그웬을 찾아간 것이리라. 근황은 한 줄이고, 양피지를 가득 채운 엄격한 문체가 논하는 것은 기나긴 당부와 사랑이다. 어떻게 지내는지, 여름에 만들던 작품들은 어떻게 완성이 되었는지, 가끔 어머니의 안부, 또 간혹 이름도 모를 친척의 이야..